함박골

제목: 함박골큰기와집은


글쓴이: 보현봉바라기

등록일: 2012-10-10 13:23
조회수: 1300
 
그곳
함박골 큰기와집은
두륜산 봉우리가 뒤에서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.
앞으로는 해완해협(해남과 완도 사이의 바다: 필자가 그냥 작명해본 것임)을 건너
완도 오봉산의 상황봉이 인자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고
그 해협에는 완도로 넘어가는 완도대교가 찬란하게 놓여 있다.

아침 산책길에 마주한 그 해협 그 바다는
침묵 속에서 숱한 밀어를 속삭이더니
어느새 밀물이 되어서는 풍요와 환희의 인상을 넉넉하게 주더라!
5분 거리에 있는 그 바다를 해안 따라 돌며
1시간 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.

주변은 황금벌판이요
감이 익어가는 과수원이 넉넉하게 펼쳐져 있어
보는 이를 배부르게 하고
아직 도시와는 먼 순박함과 순수함이 넘치고 넘치더라!

이 함박골 큰기와집은
3대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라 하였다.
장원(莊園)의 아름드리 수목(樹木)들이
분명코 이것이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.
2천 평 쯤 될까 하는 터에
4채의 기와집과 부속 건물, 정원으로 어우러진
한국 정원의 전형이라 할 멋을 지니고 있었다.

주인장은
마치 철의 여인 대처(Margaret Thatcher)의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
어찌 보면 ‘바람과 함께 사라지다’의 여주인공
스칼렛 오하라와 더 닮아 있었다.
억척으로 손수 이 큰 장원(莊園)을 꾸려가며
심고 가꾸고 뽑고 다듬고 만지고 피우고 하여
멋스런 쉼터를 만들어
한 번 와서 자고 가는 이들에게
그 자체가 곧 행복이더라 하는 느낌(感)을 선사하고 있었다.

수십 개의 장독이 놓인 장독대만 하더라도 마음이 푸근해지는데
갓 완성한 전통주 체험장에는
주인장의 취향과 마음 씀이 농익어가고 있었다.
한 6명쯤 2팀이거나
10명 남짓한 한 팀이 들어 앉아
밤새워 전통주로 정(情)을 나누며 토론을 하다 보면
날이 새는 것이 곧 포만일 수 있겠다 하는
편안함과 오붓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.
나중에 올 팀들은 이곳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오면 더욱 좋으리라.

이 함박골 큰기와집으로부터는
동쪽으로 지척인 곳에 해남읍이 자리 잡고 있고
서쪽으로 20km가 안 걸리는 곳에 땅끝이 자리 잡고 있다.
대둔사(대흥사)도 승용차로 20분이 채 안 걸리며
다만 미황사는 땅끝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30분 남짓 걸린다.
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남창항이 자리 잡고 있고 거기에 시장이 서서
지금쯤은 아마 전어 잔치가 풍요롭게 펼쳐지고 있으렷다.

나는 이제 고향(靈光)을 떠난 몸이라
성묘 가는 일 자체가 하나의 행사가 되어 있는데
그냥 성묘만 다녀오기에는 좀 밋밋하다싶어
성묘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이곳 해남을 찾았었다.
먼저 대둔사 일지암에 들려 초의선사를 뵙고 일몰을 맞은 뒤
이곳에서 숙식을 하고나서
땅끝과 미황사를 거쳐 귀경하였다.

남도의 그 들녘 그 햇살 그 바람 그 색깔이
어찌 그리도 정답고 푸근한데
그 가운데 이 함박골 큰기와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.
함께 나누고 싶어 여기에 그 소회를 풀어놓는다.

2012년 10월 10일

김진근(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) 쓰다

       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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